2025-1학기 생활지도및상담 수업의 과제로 제출한 내용이다. ‘위기의 청소년’이라는 책을 읽고 1, 2, 3장 내용에 대해 성찰보고서를 각각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다.

사실 책 내용보다는 내 경험에 초점을 맞춰서 썼던 것 같다. 쓰는 시간은 항상 30분이면 충분했다. 과제에 긴 시간을 투자하기 싫어서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 다시 읽어보니 과제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진솔하게 직설적으로 썼다….

그동안 어쩌다 보니 교육 관련 활동을 많이 했고, 활동을 할 때마다 ‘교사로서 어떤 판단이 최선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 경험과 고민이 내용 거리가 되어주었다.

좋은 과제였다.

이 과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교육 경험을 되짚어보고, 내 교육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위기의 청소년 1장을 읽고…

청소년기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신체에도 변화가 생기며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지는 시기이다. 1장은 그러한 청소년기의 특성을 다루는 파트이다. 1장을 읽으면서 책에서 와 닿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며 성찰 보고서를 작성해 보았다.

‘교사의 입장에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청소년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히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말은 쉽다.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방법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학생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예민하다. 어떤 부분은 교사가 조언하거나 도움을 주었을 때, 예민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교사가 도우려고 행동을 취했을 때 강한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이 부분을 잘 고려하지 못하면 당연히 역효과가 난다.

저자는 청소년기 아이들이 사회에서 규정하는 옮음과는 반대되게 일부러 행동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 크게 공감 되었다. 올해 1월에 한 달 간 필리핀의 한 어학원에서 수학 강사 겸 학생 관리자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때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케이스가 있다. 바로 혼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능력이 되지만 일부러 숙제를 안 하고, 관심을 안 주면, 교사 입장에서 혼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예를 들어 교사가 있는 앞에서 의자를 밟고 일어서 에어컨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 있고 상황을 지켜봤기에 교사는 이를 묵인할 수가 없다. 결국은 아이를 혼내게 되고, 아이는 혼나는 순간에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조용해졌다가 의기양양하게 친구들 사이에 돌아간다. 이 일련의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한 달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하건대, 이러한 케이스는 그동안 ‘옳은 행동’이라고 배워온 행동에 대해 반대로 행동함으로써 또래 집단으로부터 주목 받고 교사에게 주목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사회에서 정의하는 ‘옳음’과 반대로 행동함으로써 촉발되는 특별한 쾌감에 중독되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전에도 깊이 고민해봤고, 이 책의 1장을 모두 읽었지만 아직은 이러한 학생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 ‘모든 아이들을 세심하게 돕는 것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세심하게 도우려면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반에는 30명가량의 학생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30명의 아이들을 내가 저렇게 케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면 한 교사가 담당하는 아이들 수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처럼 해결 방안을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허황된 해결 방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답답함을 느꼈다.

또한 이 수업은 내 첫 교육학 수업이고, 이 책은 내가 읽는 첫 교육학 도서이다. 교육 관련 실무는 많이 경험해봤지만, 학문적인 공부는 처음이다. 솔직하게 아직까지는 ‘교육학은 교육의 이상적인 부분만을 다루고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수업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바뀔지 궁금하다.

위기의 청소년 2장을 읽고…

책을 읽으면서 내 청소년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나 또한 부모님께 방어적, 반항적 태도를 보였었다. 내 태도에는 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또래 집단의 분위기이다. 어릴 때 나는 주변 친구들의 눈을 많이 의식했다. 집에서는 애교도 부리고, 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는다. 하지만 부모님과 집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상황에서, 또는 부모님과 길을 가다가 친구를 마주친 상태에서 내 태도는 급변했다. 괜히 대답도 잘 안하고 무뚝뚝해지고, 부모님과 대화를 멈추려 했다. 그 와중에도 내 행동으로 엄마, 아빠가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또래 집단에서 흔히 ‘마마보이’ 등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아이를 놀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스스로 부모님의 친근한 관계를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책에 따르면 아이들은 가족이나 어른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거부하려 하는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들의 이중적 면모를 이용하는 교육적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문득 한 경험이 생각났다. 올해 1월에 한 달간 필리핀의 어학원에서 수학 강사 겸, 캠프 진행 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 아이들을 대할 때 독특한 전략을 사용했다. 단어시험 미통과나 숙제 미완료, 사고를 쳤던 사실 등을 밝게 웃으면서 언급하고, ‘그러면 어떡하냐’,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투의 메시지를 장난기가 조금 섞이게 전달한다. 여기서 이 모든 말을 하는 교사의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 말투에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섞여 있어야 한다. 혼내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아이가 했던 행동을 언급하며 아이가 ‘자신이 반항을 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교사가 원하는 행동을 제시한다. 그리고 교사와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교사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아이가 학업적인 성취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렇게 했을 때, 교사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줄어들게 되고 서로 쉽고 호의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한 달간의 관찰을 토대로 추론하건대, 이 방법은 틀려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교사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학생에게 확인시킴으로서 그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당연히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 방법이다. 구체적인 말과 행위를 글로 표현하려니 상당히 힘들다.

이 전략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나 또한 청소년기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학생들도 비슷하게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선생님께 관심도 받고 잘 보이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말 잘듣는 아이’로 기억되는 것은 수치스러웠다. 이 예상은 그대로 맞았고, 여러 캠프에 담임으로 참여하면서 내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2장을 읽으면서 교육 방식을 결정할 때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특징을 점점 배울수록, 아이들 개개인에 맞춰진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느낀다. 실제 교실에서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계속 고민해보고 싶다.

위기의 청소년 3장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아이처럼 구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자진해서 복종하는 모습에 수치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현재 나는 어떨까. 서류상 성인이지만 과연 복종하는 모습에 수치를 느끼지 않을까, 고민해보았다. 생각해보면 부모님 앞에서는 그런 모습에 수치를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때 복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정말 왜 저러냐, 귀찮으니 굽히고 빨리 넘어가자’는 생각이 크고, 크게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이 고민에서 깨달은 점은, 난 부모님 앞에서는 항상 어려진다는 것이다. 유년기로 돌아가는 정서가 부모님과 있을 때 자주 나타난다. 부모님 앞에서 나는 독립적이고 강인한 사람이길 원한다. 청소년기 보다는 덜하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을 여전히 꺼린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알아서 척척 해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한 마디로, 집 안에서는 유년기로 돌아가고 밖에서는 어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고객이나 상사에게 굽히다가 문득 ‘내가 이렇게까지 해줘야 되나?’하는 생각이 분노와 함께 떠오를 때가 간혹 있다. 그러면 유년기의 내 모습을 회상하게 된다. ‘어릴 때는 절대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른이 되면 떳떳하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 줄 알았는데,’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그때 참 행복했다.’로 이어지고 항상 유년기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끝을 맺는다. 성인에게 있어서 유년기는 힘들 때 회상하게 되는 시기이자,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잊고 있었던 초심을 찾게 해준다.

앞서 말했던 유년기로 돌아가 초심을 찾게 된 경험이 있었다. 그때 나는 적금을 채울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급하게 시급이 매우 높은 고교 생기부 컨설팅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고등학교 때 제일 싫어하고 혐오했던 것이, 돈내고 컨설팅 받는 행동이었다. 나는 하나하나 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하는데, 남들은 그걸 돈으로 대신한다. 알바를 지원할 때 처음에는 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돈을 많이 줘서 너무 좋다 정도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알바를 시작하고 4개월 정도 뒤, 학부모는 나에게 요구를 해왔다. 당장 프로젝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니 대신 보고서를 작성해달라는 투의 요청이었다. 이걸 보고 제정신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남들이 외부 강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 나는 혼자 고분분투하며 부단히 노력했다. 교사가 되어서 나와 비슷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다짐도 했었다. 나는 내가 돈을 이유로 내가 혐오했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받았던 것 같다. 그동안 내 편의를 위해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멀어질 때, 유년기는 나를 다시 초심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책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아동기를 회상하며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성인기에도아동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아동기의 감정과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아동기로의 돌아감’은 성인에게 있어서 자신의 가치관을 잊지 않도록 해준다. 따라서 아동청소년기 시기에 학생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중심이 될 경험과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느꼈다. 교사로서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기를 보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