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무슨 신박한 일이

신기한 일이 끊이지 않는 7, 8월 입니다.

8/2

맹장 수술한 지 2주가 지나서 병원 외래를 다녀왔습니다.

수술 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하고 떼어 낸 충수돌기 조직검사 결과도 확인할 거라고 합니다.

왠 날벼락

교수님이

‘조직검사에서 좀 의외의 결과가 나왔어요. ‘

라고 말씀하시길래 속으로 뭔가 좀 안좋은 결과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천천히 말씀하시는데, 내분비계신경종? 씨가 나왔다고 합니다. 0.4cm정도 크기로 말이죠. 이말 듣고 옆에서 엄마가 좀 숨이 가빠지기 시작. 나도 긴장하기 시작.

이게 암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기는 한데 암으로 분류되서 뭔 암 환자 복지?? 그거 등록하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이 암으로 분류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은 친구고 저는 1등급이라고 말씀하셨씁니다. 3등급이 가장 전이가 잘 되고 위험한 친구라고 합니다. 그리고 크기도 작은 편이라 괜찮을 거라고 함.

일단 충수돌기에서도 암친구가 발견된 곳이 대장이랑 연결부가 아니라 충수돌기 끝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제거가 되었기 때문에 수술한 부위를 다시 수술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다른 부위에만 없으면 된다고 하네요.

일단 혹시 다른 곳에도 신경종씨가 있을 수 있으니까 몸통 PET CT를 최대한 빨리 찍어보자고 하셔서 일정을 잡았습니다.

설명하시기로는 신경종씨가 작으면 PET CT나 CT 상으로 확인이 잘 안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내분비계신경종씨

흔한 친구는 아니라고 합니다. 희귀하다고 취급되는 친구인데, 가끔 내시경 검사하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젊은 사람들한테도 꽤 발견되고요.

몇몇 뉴스 기사 서치 결과, 보통 소화기관 쪽에서 발견되고,전이가 많이 이뤄지지 않다고 합니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나도 내가 몸속에 종양이를 키우고 있을 줄은 몰랐지)

암환자 95% 할인

뭔 마트 세일도 아니고, 마트도 이 정도로 세일하면 망하지. 하여튼 95% 할인은 또 처음. PET CT 비용도 80만원 정도 되던데 진짜 이런 혜택이라도 없으면 치료 포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암 환자? 뭐 하여튼 등록이 되었습니다 ㅋ 아주 그냥 심심한 날이 없네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왜래 비용이 800원이 나왔다는 기막힌 사실 ㅋㅋㅋ

PET CT

이게 양전자 단층 촬영? 이런 건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암세포가 포도당을 많이 소비하는 특성을 이용해서 암을 찾아내는 원리인 듯. 교수님도 혹시 몸 다른 곳에 암이 있을 수 있으니까 PET CT 빨리 한번 찍어보자고 하셨습니다.

근데 이게 방사선 특수 약물을 주입하고 하는 거라서 방사선 노출이 조금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좀 불안해 하시더라고요. 뭐 다른 검사도 방사선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좀 찾아보니까 제 종양씨는 PET CT는 거의 소용없고 도타톡?이 제 종양씨에 최적화된 방법인데 국내에 도타톡이 있는 병원이 5개 밖에 없다고 합니다. 물론 강동성심병원에는 도타톡이 없었고요.

그래서 한참 고민 끝에 병원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당장 하루가 급할 정도는 아니기도 했고, 다른 병원 예약도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 아산병원
  • 삼성병원

요 두 병원에 도타톡이 있다고 해서 성심병원 예약은 취소하고 그리로 예약했습니다.

나도 내가 신기해

내 몸에 종양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 5분은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습니다. 그 뒤로 다시 평온해짐. 엄마가 옆에서 대신 심장 벌렁벌렁 해주셔서 그런가. 그동안 하도 온갖 일을 겪어봐서 그런가? 나도 내가 신기함.

그날 밤에 말 못할 뭔가 더 큰 일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워낙 신박한 일이 일어나다 보니 뭐 놀라지도 않았음. 나도 내가 신기하다 진짜.

그냥 맹장 수술하는 김에 보너스로 암까지 제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타쌍피라고 해두지. 물론 애초에 맹장문제가 아니라 이 친구 문제였을 가능성도 좀 있지만, 뭐 이미 땐 충수돌기 다시 가져다가 붙일 수는 없잖아?

건강이 최고

누가 내 몸에 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몇몇 친구들한테만 소식을 알려줬는데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특히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습니다.

아빠 쪽에 암 가족력이 좀 있어서 이미 예에에에전부터 내시경 검사하라고 잔소리 하셨는데, 제 몸에서 종양씨가 나와서 검사 마치는 대로 내시경 검사 + 종합건강검진까지 줄줄이 하게 생겼군요 ㅋㅋㅋㅋㅋ

아빠 쪽에 위암이나 간 문제로 돌아가신 분들이 꽤 있고 아주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서 특히 더 걱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촌들 이야기 계속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까 위험성이 확 다가옵니다. 제발 몸 다른 곳에는 종양씨가 없었으면….

정말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음.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